의복과 공간의 경계에서: 서도호와 코오롱스포츠가 상상한 생존의 미학
- 뉴스B
-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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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우리가 입는 ‘옷’은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단순한 기능을 넘어 하나의 공간이자 생존 수단, 나아가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을까? 작가 서도호와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협업은 이 질문에 대담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의 공동작업은 더 이상 옷을 옷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만든다. 그것은 곧 ‘움직이는 건축’이자, ‘몸에 입는 기억’이며, ‘생존을 위한 장치’로서 재해석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기능성 아웃도어 브랜드로서의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예술과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특히 서도호 작가와의 협업은 단순한 브랜드 마케팅 차원을 넘어서, 현대 예술과 기술,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협업은 ‘브릿지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생존, 이동성, 정체성, 기억이라는 주제를 ‘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탐색한다.
서도호는 자신의 예술 세계 전반에서 ‘집’과 ‘이동’이라는 개념을 일관되게 탐구해왔다. 이번 협업에서도 ‘집의 가장 최소 단위’를 옷으로 상정하고, 그것을 생존의 수단이자 존재의 상징으로 형상화했다. ‘Perfect Home S.O.S’는 바로 그런 철학의 집약체다. 바람을 주입해 스스로 부풀어 오르는 이 작품은 단순한 의복을 넘어,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독립된 구조물로 기능한다. 동시에 이는 생태 위기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안전한 집’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시각적 질문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가, 공학자, 생물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확장되었다. 각 분야의 기술과 인사이트가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되며, 옷은 더 이상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아닌, 사회적 논의의 장이 된다. 기후 위기, 난민, 이동성과 정체성의 문제 등 글로벌 이슈들이 ‘입는 집’이라는 상징 안에서 재조명되는 것이다.
특히 이 협업은 예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전통적인 전시 공간을 넘어, 공공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워싱턴의 국립 아시아 미술관, 서울의 아트선재센터, 런던의 테이트 모던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전시되며 관객과 직접 만나고, 그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보는 예술’이 아닌, ‘경험하는 예술’, ‘입는 철학’으로서의 새로운 예술 감상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코오롱스포츠와 서도호의 협업은 단순히 기능성과 예술성의 결합이 아닌, 현재 우리가 직면한 삶의 조건과 생존의 문제,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곧 브랜드가 사회적 책임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하나의 선례이며, 소비자와의 관계를 ‘가치의 공유’로 이끄는 문화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기술은 진화를 거듭하고, 예술은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넓혀간다. 그리고 그 접점에서 ‘의복’은 이제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닌, 시대의 사유를 담는 조형물이자 메시지가 된다. 서도호와 코오롱스포츠의 작업은 그 가능성을 증명하며, 우리가 앞으로 ‘입을 수 있는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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