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 코인, 디지털 경제 주권의 시험대
- 뉴스B
- 5월 14일
- 2분 분량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논의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그간 가상자산 시장은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 코인이 주도해왔지만, 디지털 경제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 코인을 아우르는 통합 결제 생태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통화당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본질적으로 '가치 안정성'을 목표로 한다. 현금과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특성을 지녀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원화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명확히 허용되지 않아, 법적·제도적 공백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 기반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는 현상이 확산되며, 통화주권과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확산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반대로 말하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한국이 디지털 경제 시대에도 통화 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중 하나다. 따라서 단순히 민간 사업자의 기술 실험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부와 통화당국이 이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어떻게 설계하고 통제할 것인가이다. 단순히 허용 여부를 따지는 단계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인가하고, 어떤 기관이 감독하며, 위험 관리 체계는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정교한 청사진이 요구된다. 특히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도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주장하듯, 중앙은행이 스테이블 코인의 인가 및 운영 단계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은 금융 안정과 통화 정책 수행이라는 거시적 목적과 부합한다. 또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연계된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과의 협업, 기술적 표준 마련, 개인정보 보호, 자금세탁 방지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논의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단순한 가상자산의 하위 개념을 넘어, 디지털 경제 정책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부 유출 방지, 디지털 경쟁력 강화, 글로벌 결제 패권 대응 등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논의는 경제 안보 이슈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결국 스테이블 코인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국가의 태도와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다. 지금의 선택은 향후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의 디지털 기반을 결정짓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기술의 흐름을 쫓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을 주도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디지털 금융 시대를 준비하는 방법이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논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보다 깊이 있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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