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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 사회, 공정을 갈망하다 – 우리 시대 정신건강의 실체"

  • 작성자 사진: 뉴스B
    뉴스B
  • 2일 전
  • 2분 분량

치열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들은 가장 먼저 가족이나 친구를 찾는다. 응답자의 40%가 감정의 무게를 지인에게 털어놓는다고 답했다. 이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사회적 지지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 수준은 여전히 취약하다.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건강 수준이 좋지 않다’는 응답이 무려 48.1%에 달했다. 반면 ‘좋다’는 응답은 11.4%에 불과했다. 5점 척도로 환산하면 평균 2.59점으로 ‘보통’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처럼 낮은 정신건강 인식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신적 고통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큰 원인으로 ‘경쟁과 성과 중심의 사회 분위기’가 지목되었다. 응답자의 37%가 이를 꼽았으며,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좌우되는 문화’도 22.3%로 뒤를 이었다. 즉, 성과주의와 비교 문화가 사람들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더 깊고 오래 지속되는 울분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9%는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었다. 특히 12.8%는 5점 척도 기준 ‘심각한 울분’을 호소했다. 울분은 단지 일시적인 화풀이가 아니다. 억울함, 좌절, 분노가 복합적으로 누적된 상태로, 장기화될 경우 우울이나 불안, 무기력감 등으로 번지기 쉽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들의 울분을 가중시키는가? 조사에 따르면 ‘공정성 인식’이 핵심 변수다. ‘세상이 기본적으로 공정하다’는 명제에 대해 무려 69.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나는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문항에는 58%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즉,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은 크지만, 개인적 경험에서는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 차이가 울분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공정성에 대한 신념이 높을수록 울분 수준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반대로 사회 전체에 대한 공정 인식이 낮은 이들은 울분 지수가 더 높았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세상을 불공정하게 인식할수록 삶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증폭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사회 구조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응은 여전히 개인 차원에 머물고 있다. 심리상담 확대, 정신건강 교육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진정한 해법은 개인의 적응이 아닌 구조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단순한 ‘정신건강 문제’가 아니라 ‘울분 사회’를 마주하고 있다. 성과와 비교, 불공정과 불신이 일상이 된 시대. 이 울분의 해소를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감과 연대, 그리고 공정한 사회 시스템이다.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회복될 때, 비로소 마음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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