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생존 경로를 정밀 타격하다: 신개념 펩타이드 치료법의 진화"
- 뉴스B
-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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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암세포의 생존을 지탱하는 단백질 간 결합을 정밀하게 저해하는 펩타이드를 개발, 기존 치료법의 부작용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보여주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펩타이드 기반 치료법은 정상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폐암, 췌장암, 대장암 등 여러 암종에서 종양의 성장과 확산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동물실험에서는 단독 투여만으로도 종양 부피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나타내, 향후 임상 연구로 이어질 경우 획기적인 항암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존 항암제들이 가진 대표적인 한계 중 하나는 '비특이성'이다.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전신에 걸쳐 독성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치료 중단이나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펩타이드는 특정 단백질 복합체 내 결합 부위만을 정밀하게 인식해 차단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덕분에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는 '정밀 타격'이 가능해졌고, 이는 기존 항암 전략보다 훨씬 세밀하고 안전한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HMGB1-RAGE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를 밝혀낸 뒤, 이 결합을 차단할 수 있는 특이적 펩타이드를 설계한 데 있다. 이 단백질 복합체는 다양한 암종에서 암세포 생존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곧 암세포의 주요 생명줄을 차단하는 것과도 같다. 특히 기존 RAGE 억제제들이 선택성 부족으로 임상에서 난항을 겪었던 것과 달리, 이번 펩타이드는 표적 지향성이 높아 차세대 치료제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치료 효능뿐 아니라 약물의 안전성도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실험에 사용된 면역결핍 생쥐에서는 펩타이드 치료 후 체중 변화나 간·신장 독성 등의 이상 징후가 관찰되지 않았으며, 정상 세포에서도 독성이 거의 없어 고위험 환자군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는 부산대학교 장세복 교수 연구팀과 금정제약의 공동 연구로 수행됐으며, 국가 연구재단의 지원 아래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생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저널에 게재되며 학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펩타이드 기술을 활용해 특정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정밀하고 부작용이 적은 항암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는 향후 항암 치료의 방향성을 재정립할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하나의 신약 후보를 개발했다는 것을 넘어, '단백질 간 상호작용(PPI)'이라는 정복하기 까다로운 영역에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향후 이 기술이 다양한 암종뿐만 아니라 염증성 질환이나 퇴행성 질환 등으로도 응용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 또한 고무적이다.
전통적인 항암제의 한계를 넘어, 암세포의 생존 전략을 정밀하게 무너뜨리는 신개념 펩타이드. 이제 항암 치료는 정교함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시대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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