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 면역 이상이 부른 고통, 슈니츨러 증후군 그 이후

희귀질환 중에서도 ‘슈니츨러 증후군(Schnitzler syndrome)’은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두드러기와 고열이라는 흔한 증상 속에 숨겨진 이 질환은 면역 체계의 교란이 만들어낸 예외적 사례로, 환자 본인은 물론 의료진에게도 혼란을 주기 쉽다. 최근 들어 슈니츨러 증후군에 대한 인식과 연구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질환 자체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며, 많은 환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된 진단과 치료를 경험하고 있다.

슈니츨러 증후군은 자가염증성 질환의 일종으로, 후천적으로 생기는 면역계 이상보다는 선천적 면역반응의 비정상적인 활성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쉽게 말해, 감염이나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백혈구들이 마치 외부 침입이 발생한 것처럼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체내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고열, 두드러기, 관절통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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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환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전신 염증 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환자는 비장 비대, 림프절 부종, 뼈 통증을 동반하기도 하며, 골수 이상을 겪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IgM 단클론 감마병이라는 혈액 내 단백질 이상이 병행될 경우, 혈액암과의 감별이 필요할 정도로 정밀한 검사가 요구된다.

진단 자체가 어려운 이유는, 슈니츨러 증후군이 다양한 증상들을 비정형적으로 나타내며, 다른 면역 질환이나 피부질환과 혼동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초기에는 단순 만성 두드러기로 오인받고 항히스타민제 처방만을 받은 채 방치되거나, 루푸스나 성인형 스틸병과 같은 다른 자가면역 질환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치료는 주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인터루킨-1(IL-1) 억제제가 사용되며, 안킨라(anakinra), 카나키누맙(canakinumab) 등이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들 약물은 면역 반응의 ‘불씨’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특히 고열과 두드러기 완화에 빠른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고가의 비용과 장기 사용에 따른 부담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이 자신의 증상과 질환에 대해 충분히 알고, 의료진과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다. 희귀질환일수록 환자 개인의 증례가 진단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환자 스스로의 기록이 진단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희귀염증질환 클리닉을 통해 슈니츨러 증후군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아직까지 완치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피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전신 열감과 관절통,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단순 알레르기나 피부질환으로 치부하지 말고 면역 질환 가능성을 의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면역은 우리 몸을 지키는 방패지만, 그 방패가 방향을 잃으면 도리어 몸을 해칠 수도 있다. 슈니츨러 증후군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미세한 균형이 깨지면서 시작되는 질환에 대해 우리는 더 많은 이해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