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넘어서 삶의 질로, ‘중증외상 치료’의 새로운 지향점
- 뉴스B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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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생명을 구하는 의료에서 벗어나,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치료 그 이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중증외상 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명확하다. 과거에는 외상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 생존 이후의 삶—신체적 회복, 정신적 건강, 사회적 복귀 가능성—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중시되고 있다.

단국대병원 중증외상센터가 이끄는 새로운 움직임은 바로 이런 배경 속에서 주목받는다. 단국대병원은 수년간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에 있어 생존율 향상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후속 재활 치료와 사회 복귀 프로그램까지 구축하며 ‘의료의 완결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전국 2위를 기록하며 4년 연속 최상위 A등급을 받은 것은 단순한 의료 기술의 우위가 아닌, 총체적인 시스템의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다.
한편, 최근 국회에서 열린 ‘건강수명 5080 비전 선포식’에서도 유사한 맥락의 의료 패러다임 전환이 강조됐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선언이 이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연명 중심의 장수에서 벗어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건강장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레보아(REBOA, Resuscitative Endovascular Balloon Occlusion of the Aorta)’ 치료법은 중증외상 치료의 대표적인 진보 사례로 꼽힌다. 2016년 국내 최초 도입 당시만 해도 실험적 시술로 여겨졌던 레보아는, 이후 전국적으로 시행 사례가 확산되면서 중증외상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도 지방 의료기관의 인프라 부족, 인력 한계 속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며 응급의료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처럼 중증외상 치료의 진보는 단순한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는다. 단국대병원과 같은 선도 병원들은 치료 이후 환자의 삶까지 염두에 둔 하이브리드 응급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재활 치료, 심리 상담, 사회 복귀 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 시대에 필연적으로 증가할 중증 외상 및 만성 질환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도 의미가 깊다.
특히 건강수명 연장이라는 국가적 목표와 발맞춰, 중증외상 분야 역시 치료 이후를 설계하는 ‘포괄적 치료 모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생존 그 자체가 기적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그 기적 이후의 삶을 어떻게 지켜줄 것인가가 의료계의 새로운 과제가 된 것이다.
앞으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관련 의료 기관들은 ‘중증외상 이후 삶의 질 관리’를 위한 정책과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레보아 같은 생존 기반 기술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회복 프로그램, 가족 돌봄 지원, 지역사회 연계 등이 병행돼야 비로소 진정한 ‘건강한 장수’가 실현될 수 있다.
중증외상 치료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과 기관들의 노력은 이 방향성에 있어 중요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회복과 존엄이 보장되는 의료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와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은 기대수명뿐 아니라 '건강수명 격차'도 좁혀가는 진정한 장수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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