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이후, 자사주 매입은 폭발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담한 이유
- 뉴스B
-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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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지 1년,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분명한 변화가 있었고, 수치상으로도 ‘밸류업’은 가시적인 효과를 낸 듯 보인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다. 기업들의 주가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활발히 이뤄지는 동시에, 다수 기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기업의 체질 개선에 회의적임을 반영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규모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상장사들이 결정한 자사주 매입 금액은 22조9천억 원, 소각 금액은 19조6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상장사들이 주주가치를 위해 실질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자사주 매입 8조 원, 소각 12조 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행보를 보였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00곳이 넘는 상장사 중 70% 가까이가 PBR 1 이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기업 본질가치에 비해 주가가 턱없이 낮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기업의 펀더멘털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기업의 이익 창출력 개선, ESG 기반의 지속 가능 경영, 투명한 지배구조 등 구조적 혁신이다. 밸류업이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경영진의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즉, ‘밸류업’이 주가 부양을 위한 일시적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영 철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밸류업 공시에 동참하는 기업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제도 시행 초기의 경계심을 넘어서, 기업들 사이에서 ‘책임 있는 성장’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단순히 공시 수만 늘어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공시 내용이 실질적인 실행계획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다시 냉담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양보다 질이다. 외형적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체질 개선에 대한 진정성이다. 일회성 자사주 매입보다는 지속적인 배당 정책,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장기 전략 로드맵 제시 등 근본적인 변화가 투자자 신뢰를 이끄는 열쇠다. ‘밸류업’이 제도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제는 각 기업의 진정성이 시험대에 오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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