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경보 시스템이 고장났을 때 슈니츨러 증후군의 미스터리
- 뉴스B
-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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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면역 체계는 외부의 병원균을 방어하는 최전선이다.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오르고, 상처에 염증이 생기는 것도 이러한 방어 반응의 일환이다. 그러나 때때로 이 정교한 시스템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슈니츨러 증후군(Schnitzler syndrome)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매우 드문 자가염증성 질환으로, 주로 만성 두드러기와 반복되는 열, 관절통 등을 동반한다.

이 증후군의 발병 원인은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몇 가지 단서를 바탕으로 추측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원인 후보로는 면역 체계의 핵심 신호 전달자인 ‘인터루킨-1(IL-1)’의 이상 활성화가 꼽힌다. 인터루킨-1은 원래 감염이나 손상 시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슈니츨러 증후군에서는 이 단백질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작동하면서, 피부와 관절, 심지어 장기 조직에까지 염증을 일으킨다.
초기 증상은 단순 피부 트러블로 오해하기 쉽다. 가렵고 붉은 두드러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해열제로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몇 주 또는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이유 없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무릎이나 팔꿈치 같은 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 어떤 이들은 마치 독감이 지속되는 듯한 몸살 증상을 겪기도 한다.
진단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슈니츨러 증후군은 흔한 질환이 아니기에, 많은 환자들이 초기에는 단순한 알레르기나 감염성 질환으로 오진받는 경우가 많다.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특정 단백질인 ‘IgM’이 과다하게 발견될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지표들만으로 단정짓기 어려워 피부 조직검사나 유전적 분석 등이 함께 이루어지기도 한다.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로 일시적인 증상 완화가 가능하긴 하나, 대부분의 환자에겐 인터루킨-1 억제제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아나킨라(Anakinra)’ 같은 IL-1 억제제가 효과적인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이 약물은 하루 한 번 주사로 투여되며, 체내 염증 반응을 빠르게 억제해 두드러기와 발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증상에 따라 항생제, 진통제, 심할 경우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병행하기도 한다.
슈니츨러 증후군 자체는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다. 하지만 치료 없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10명 중 1명꼴로 림프종 등의 혈액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염증이 반복되며 면역세포의 DNA가 손상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흥미롭게도, 이 질환은 주로 중년 이후 성인에게서 처음 진단된다. 대부분 남성 환자이며, 유전적 요인보다는 후천적인 면역 반응 이상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많지만, 슈니츨러 증후군은 인체 면역 시스템의 복잡성과 정교함, 그리고 그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준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분명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그것이 제어를 잃는 순간, 스스로를 향해 칼을 겨누기도 한다. 슈니츨러 증후군은 단순한 희귀 질환을 넘어, 면역계의 이중성과 인간 생리의 복잡함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혹시 원인 모를 만성적인 두드러기와 열, 관절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피부과나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것이 단순한 알레르기가 아닌, 신호를 보내는 ‘내 몸의 경고’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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