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는 재정, 반복되는 임시처방의 그림자
- 뉴스B
-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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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정 운용이 마치 가계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급한 불을 끄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이런 방식이 반복될수록 근본적인 세입 구조의 문제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4월 말까지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린 일시대출 누적액은 70조7000억원으로, 한은 통계 기준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한 지출 확대와 세수 감소가 맞물리면서 생긴 재정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결과다.

정부가 한은에서 자금을 빌리는 방식은 일시대출 제도로, 회계연도 중 세입이 들어오는 시기와 지출이 필요한 시기의 시차를 메우기 위해 존재한다. 문제는 이 제도의 활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 있다. 2020년 코로나 위기 당시에도 같은 시기 25조9000억원을 빌렸던 것에 비하면, 올해의 대출 규모는 거의 세 배에 육박한다. 이는 국가의 '비상금 계좌'를 평상시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정부는 이 자금을 꾸준히 상환해왔고, 4월 말 현재 올해 빌린 금액과 지난해 잔액까지 모두 상환한 상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라도 70조원이 넘는 금액을 외부로부터 빌려야 할 정도로 세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역대급 세수 결손을 겪은 데 이어 올해 역시 조세 수입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상황에서, 단기간의 대출과 상환을 반복하는 방식은 점점 위험한 구조로 치닫고 있다.
정부 재정의 구조적 문제는 더 이상 ‘대출로 버티기’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 경기 부양을 위한 공공 투자 확대 등 지출 압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반면 세입은 경기 침체와 부동산·소득 시장 위축 등으로 제약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세입 확충 방안 없이 대출과 상환을 반복하는 재정 운용은 국민 경제 전체의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보다 정교한 중장기 세입·세출 계획이 필요하다. 세금 체계를 점검하고 조세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위한 제도적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임시 방편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정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는 선택이 전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빈도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질수록, 그것이 ‘비상 상황’이 아닌 ‘상시 운용’이 되어버리는 순간, 국가 재정은 그만큼 위태로워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르게 푸는 임시 처방’이 아니라, ‘근본을 치유하는 장기 전략’이다.
정부의 재정이 정말로 국민을 위한 튼튼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선, 매해 반복되는 급한 불 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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