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빅뱅: 명동 전쟁과 라이선스 전략의 진화
- 뉴스B
-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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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랜드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단일 제품이나 서비스의 퀄리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소비자 경험을 설계하고, 그 경험이 다양한 접점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센틱브랜즈그룹(Authentic Brands Group, 이하 ABG)의 전략은 현재 리테일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델 중 하나다.

ABG는 단순한 브랜드 보유를 넘어, 브랜드의 운영부터 콘텐츠, 파트너십, 공간 경험까지 총체적으로 기획하는 ‘풀 스펙트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카페 브랜드 ‘프레드(Freds)’의 융합, 커피 트럭 운영 등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 경험을 실험하며 오프라인 감성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 리테일 부문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한국에서도 뷰티와 패션 콘텐츠 협업을 확대하며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오피스를 중심으로 ABG는 아시아 지역 파트너 발굴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핵심은 바로 ‘서브 라이선스 모델’이다. 기존에는 하나의 브랜드에 단일 유통사가 붙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홈 리빙, 디지털 콘텐츠, 푸드 & 베버리지 등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 맞춘 서브 라이선스 파트너사를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브랜드를 둘러싼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라이선스 다각화 전략은 한국 리테일 시장 내 백화점 간 경쟁과도 맞물리며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 서울 명동에서는 롯데와 신세계라는 리테일 양대 산맥이 자존심을 건 리뉴얼 전쟁을 펼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입지 약화라는 공통의 위기를 겪은 두 백화점은 다시 명동의 상징성을 되살리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최근 수년간 매출 정체를 겪으며 잠실점과의 격차가 벌어졌지만, 올해 리뉴얼과 글로벌 브랜드 유치 강화를 통해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 본점도 강남점에 매출 1위를 내준 이후, 명동점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확장에 나섰다. 특히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활발한 지역으로, 면세점 회복과 함께 재도약의 교두보로 부상하고 있다.
양사의 리뉴얼 전략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순한 인테리어 개선이 아니라 콘텐츠 큐레이션, 복합문화공간화, F&B 고도화 등 '경험 중심 리테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ABG가 추진 중인 브랜드 확장 전략과도 결을 같이 한다. 실제로 글로벌 브랜드들은 한국 리테일 시장의 변화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결국 브랜드의 힘은 이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브랜드가 살아 움직이는 공간과 경험이 있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ABG와 같은 라이선스 중심 기업들이 서울, 특히 명동이라는 공간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매장의 확보를 넘어, 콘텐츠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상징적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리테일 경쟁은 ‘좋은 상품을 많이 파는 곳’에서 ‘기억에 남는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곳’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다. 이 전환의 최전선에서, 브랜드는 콘텐츠가 되고 매장은 무대가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ABG, 롯데, 신세계 같은 전략적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떤 산업에서든 핵심은 연결이다. 브랜드와 소비자, 제품과 공간, 경험과 기억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자만이 다음 시대의 리테일 왕좌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 흐름 속에 새로운 승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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