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의 피로사회’에서 살아남기 – 국민 울분의 사회적 비용
- 뉴스B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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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는 지금 ‘울분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할 공공 시스템이 거듭된 부패와 무책임으로 신뢰를 잃고, 시민들은 그 빈자리를 분노와 무력감으로 채워가고 있다. 최근 다양한 조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공권력의 비리 은폐, 정치권의 부패, 반복되는 안전사고 등으로 인해 시민 다수는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넘어, 일상에 영향을 줄 만큼 강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울분의 원인이 되는 사안들을 살펴보면, 단순한 불만의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법과 원칙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불투명한 특권이 자리잡고 있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기관이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도적 문제를 넘어, 사회구성원 전체의 신뢰 기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개인이나 가족의 건강 문제, 경제적 불안정이지만, 이는 결국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 공공의료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불평등한 기회 구조가 유지되며,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은 ‘구조적 스트레스 사회’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만든다. 특히 40대가 가장 높은 스트레스 경험률을 보였다는 점은, 경제·육아·노부모 부양 등 복합적인 책임을 지는 세대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은 여전히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 상담이나 공적 정신건강 서비스는 활용률이 낮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문제를 혼자 참고 넘기거나, 가까운 지인에게만 의존하는 경우가 다수다. 이는 정신건강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는 현실을 의미한다. 사회가 문제를 유발하고 있음에도, 해결의 부담은 여전히 개인에게만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성에 대한 회복’이다. 전문가들은 공정한 시스템, 믿을 수 있는 절차, 사회적 약속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울분의 강도는 줄어든다고 말한다. 공정성에 기반한 사회는 단지 윤리적 이상이 아니라, 실제로 시민들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는 기초 인프라라는 뜻이다.
또한, 공적 차원의 정신건강 접근성을 높이고, 예방 중심의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정신질환이 발병한 이후 치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상 속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방역망’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기반 커뮤니티 케어, 직장 내 상담제도, 저소득층 우선 접근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정치와 행정의 신뢰 회복 없이는 이러한 노력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공직자들이 책임을 지고, 정치권이 자기반성의 자세로 제도를 정비하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공정성 회복’이라는 말이 실질적 의미를 갖게 된다.
울분은 단지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경고다.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구조적 신호이자, 공동체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알람이다. 이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스트레스를 넘어, 사회 전체의 분열과 회복 불가능한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노를 읽고, 그 안에 숨은 ‘변화의 필요’를 직시하는 것이다.
지금, 이 사회의 울분을 이해하고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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