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의 자존심, ‘백화점 타운’ 시대의 본격 개막
- 뉴스B
-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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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유통가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더 이상 단일 점포의 경쟁이 아닌, 고도화된 ‘백화점 타운’의 전면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최근 명동 상권을 중심으로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의 ‘타운형’ 리테일 전략을 전개하면서, 강남 중심이던 프리미엄 유통 전쟁이 강북까지 번졌다. 단순한 점포 확장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먼저, 신세계는 본점과 연결된 일대 건물들을 리뉴얼하며 ‘디 에스테이트’, ‘더 리저브’, ‘더 헤리티지’ 등 세 개의 콘셉트 공간으로 명확히 구분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단순 쇼핑을 넘어 문화·예술·미식이 융합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러한 구획별 브랜딩은 전통적인 백화점의 기능을 해체하고, 일종의 도시형 리조트 혹은 예술 공간처럼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디 에스테이트’는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며 신선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롯데는 이에 질세라 명동 본점과 AVENUEL, 영플라자 등 기존 점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롯데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AVENUEL은 ‘명품 쇼핑의 성지’로 탈바꿈했고, 영플라자는 MZ세대 중심의 K패션 허브로 진화했다. 더불어 본점에서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와 협업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확대, 단순 소비가 아닌 체험 중심 공간으로 꾸며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양사의 경쟁이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닌, 콘텐츠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VIP 경험’을 고도화하기 위해 프라이빗 라운지를 구축하고, 유명 셰프들과 협업한 고급 다이닝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롯데는 K컬처를 접목한 팝업 콘텐츠, NFT 연계 디지털 서비스 등을 전개하며 MZ세대를 집중 공략 중이다. 특히 ‘롯데 온’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동한 O4O 전략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경쟁의 배경에는 각 그룹 수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은 명동 본점 리뉴얼을 직접 주도하며 강북 고객 재정비에 팔을 걷었고, 롯데 신동빈 회장 또한 그룹 차원의 유통 리더십 회복을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상권 싸움을 넘어, 그룹 전체의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걸고 벌이는 ‘프리미엄 이미지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명동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경쟁은 의미가 크다. 한때 침체되었던 관광 특구였던 명동이 K패션과 명품 콘텐츠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다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일본 관광객의 재유입이 본격화되면서 백화점 타운은 단순한 국내 소비공간을 넘어 K리테일의 상징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이 경쟁은 ‘누가 더 많은 브랜드를 유치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제공했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한 구매보다 그 공간에서의 감각적 경험을 원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곧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명동을 무대로 한 롯데와 신세계의 타운 전쟁은 단순한 유통 경쟁을 넘어 ‘도심 속 문화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강북은 더 이상 ‘구도심’이 아니다. 프리미엄과 트렌드, 콘텐츠가 어우러진 백화점 타운의 심장으로 다시 뛰고 있다. 이 격전지는 곧 대한민국 리테일 미래의 방향성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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